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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왜 툭하면 틀리나 했더니… 비밀은 '전화번호부'에 있었다


출처 : http://bit.ly/gZyYt0

설 연휴 직후인 지난 8일 동서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50.9%였다.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오고 있다. 이 조사들은 대부분 전화번호부에 오른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화번호부에 집 전화를 등재(登載)한 집단과 등재하지 않은 집단 간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방식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연구원은 전화번호부 등재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의 비중, 이들의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차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1일부터 6일간 전국 성인 1003명을 RDD(임의번호걸기·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조사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RDD는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생성한 뒤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가구까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 집 전화번호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전화번호부에 등재하지 않은 가구(63%)가 등재한 가구(37%)보다 훨씬 많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화번호부 등재 가구에선 48%였지만, 비등재 가구에선 42%였다.

양쪽 집단의 이 대통령 지지율 평균치는 44%로 최근 각 여론조사의 50%가량에 비해 4~6%포인트 정도 낮았다. 정당 지지율도 전화번호 등재 가구에선 한나라당 (36%), 민주당 (18%)으로 그 차이가 18%포인트였지만, 비등재 가구에선 한나라당(27%)·민주당(18%) 차이가 9%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원의 김지윤 박사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지닌 저연령·고학력·중간 소득층이 전화번호부 비등재 비율이 높아서 기존 방식에선 조사 대상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층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해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이별로는 20·30대가 등재 집단(32%)보다 비등재 집단(44%)에서 더 많았다. 소득 수준별로는 중간소득층(월 200만~500만원)의 비중이 등재 집단(31%)에 비해 비등재 집단(51%)에서 더 많았고, 대학 이상 고학력층도 등재 집단(47%)보다 비등재 집단(55%)에서 더 많았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RDD는 장점이 많지만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며, 집에서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20%가량의 가구는 RDD 방식으로도 조사에 포함시키지 못한다"며 "현재 대통령·정당 지지율과 실제 민심의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